여름 장마
2021년 9월 3일 금 오전 2:57
더운 공기가 피부에 뭉치는 계절 너는 노란 전등 아래서 배를 부풀리며 내게 뱃가죽을 살짝 들춰보라 하곤 했다 살갗 아래에 균처럼 증식한 언어들이 오색 찬란한 머리칼을 휘감고 잠들어 있었다 종종 여름 장마가 길어지면 나는 그 머리카락을 주워다가 노래를 지었고 우리는 찻숟가락으로 창문을 두드리며 박자를 맞췄다 작은 진동에도 빗방울이 굴렀다 언어를 숨기는 건 병이 드는 일이야 병을 숨기는 건 돈이 드는 일이야 가벼운 전쟁가를 부르며 우리는 천둥소리에도 넋을 잃고 웃었다